
도배를 하다 보면 벽지가 문제가 아니라 벽 자체가 문제인 경우가 꽤 많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막상 벽지를 걷어보면 “아, 이건 손을 좀 봐야겠는데요?” 싶은 현장이 나오죠.
21년 동안 여러 현장을 다녀보면서 특히 도배사를 난감하게 만드는 벽 상태들을 꼽아봤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실제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5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벽이 울퉁불퉁하고 단차가 심한 벽
도배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벽의 굴곡과 단차입니다. 벽지가 새것이라고 해서 벽면까지 새것처럼 깔끔하게 보이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 기존 벽지를 뜯었는데 석고보드 이음매가 그대로 보이거나, 벽에 퍼티 자국과 요철이 심하게 남아 있으면 도배 후에도 그대로 티가 납니다. 조명을 켜면 더 심하죠.
현장에서 이런 벽을 만나면 바로 도배부터 하지 않습니다. “여기는 면을 조금 잡고 가야겠는데요”라고 말씀드리고 퍼티 작업이나 샌딩을 추가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하는 실수가 두꺼운 벽지로 벽의 굴곡을 가리려고 하는 것인데요. 벽지 두께가 모든 요철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벽면을 먼저 제대로 만들어주는 게 가장 깔끔하죠.
2. 기존 벽지가 너무 많이 겹쳐 있는 벽
오래된 집에 가면 기존 벽지가 한 겹, 두 겹이 아니라 여러 겹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위에 덧방하면 되겠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막상 확인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벽지가 여러 겹 겹쳐 있으면 접착력이 약한 부분이 생기기 쉽고, 오래된 벽지가 습기를 먹으면서 들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위에 새 벽지를 붙이면 처음에는 괜찮아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특히 기존 벽지가 군데군데 떠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도배사는 벽지를 붙이는 사람인 동시에 벽 상태를 판단하는 사람이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오래된 아파트 현장에서 기존 벽지를 벗겨봤더니 안쪽에서 여러 겹의 종이와 풀 자국이 계속 나왔던 적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밑작업을 제대로 하는 게 결국 고객에게도 이득이죠.
3. 곰팡이와 습기 흔적이 있는 벽
도배사가 현장에서 가장 긴장하는 벽 중 하나가 곰팡이가 있었던 벽입니다. 겉에 보이는 곰팡이만 닦아내고 새 벽지를 붙이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건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곰팡이가 생겼다는 건 대부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죠. 결로였을 수도 있고, 외벽 냉기 때문일 수도 있고, 누수나 습기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곰팡이 자국만 보는 게 아니라 왜 생겼는지를 같이 확인합니다. 벽이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배를 진행하면 새 벽지 안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겨울철 외벽 쪽 벽은 조심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말라 보여도 벽 내부의 습기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도배사가 “여기는 하루 이틀 더 말리고 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괜히 작업을 미루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나중에 다시 뜯고 고치는 일을 막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4. 오래된 석고보드가 약해진 벽
겉으로 보기에는 평평하고 깨끗한데 벽 자체가 약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석고보드나 습기를 많이 먹었던 벽은 벽지를 뜯을 때 표면이 같이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가장 난감합니다.
새 벽지를 붙이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 벽지를 붙잡아줘야 할 바탕이 약하니까요. 현장에서 벽지를 조금 뜯어봤는데 종이 표면이 같이 일어나거나 가루가 심하게 묻어난다면 그냥 진행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필요한 부분은 보강하고 면을 다시 잡아줘야 하죠.
실제로 이런 벽에 무리하게 도배를 진행하면 나중에 벽지가 들뜨거나 표면이 울어 보일 수 있습니다.
“도배는 벽지만 잘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결과를 좌우하는 건 벽지보다 밑바탕인 경우가 많습니다.
5. 벽에 균열과 갈라짐이 많은 경우
마지막으로 도배사를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게 벽의 균열입니다.
작은 실금 정도라면 보수 후 도배가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균열이 넓거나 반복적으로 생긴 흔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벽과 천장이 만나는 부분, 석고보드 이음매, 창문 주변은 균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무조건 메워버리는 게 아닙니다. 왜 갈라졌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보수 방법을 선택해야 하죠. 현장에서 고객님께도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은 예쁘게 만들 수 있는데요, 이 균열이 계속 움직이는 벽이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도배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겁을 주는 게 아니라 도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건물 자체를 점검해야 하는 문제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21년도배사의 한마디,
결국 도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좋은 벽지를 고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벽이 어떤 상태인지 먼저 제대로 확인하는 것, 그게 좋은 도배의 시작이죠.
겉으로 깨끗해 보여도 벽지를 뜯어봐야 알 수 있는 문제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어떤 벽지를 쓸까요?”보다 먼저 “지금 벽 상태가 어떤가요?”를 확인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21년 동안 현장을 다니다 보니 한 가지는 확실하더라고요. 도배는 빨리 끝내는 작업보다 문제가 생길 곳을 미리 찾아내는 작업이 더 중요합니다. ㅎㅎ